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19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글

현장문학사

1989.9.1.



2003년 가을 서울 교남동에 〈어제의 책〉이란 헌책집이 엽니다. 연세대학교 앞에 오래도록 인문사회과확책집으로 이름을 떨친 〈오늘의 책〉을 새롭게 잇고픈 마음으로 움튼 마을책집입니다. 2003년까지만 해도 ‘참고서·교과서·자기계발서·대학교’를 하나도 안 두고서 인문사회과학책만으로 책집을 차린다고 하면 ‘저놈 굶어죽으려고 미친짓을 하는군’ 하고 혀를 찼습니다. 그렇지만 〈어제의 책〉 지기님은 씩씩하게 열었고 즐겁게 살림을 이었습니다. 〈어제의 책〉 곁일꾼 ㅊ님은 어느 날 저한테서 《사람사는 세상》이란 책을 빌립니다. 2003년 5월 14일에 어느 누리새뜸에 이 책을 놓고 쓴 글이 있는데, 그 글을 뒤늦게 읽으시고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노동자와 노동운동을 처음에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하다”면서, “다 읽고 꼭 돌려줄게요.” 하고 말했지요. 책집에서 곁일을 하는 분이니 이내 돌려주리라 믿었는데, 그분은 저한테서 책을 빌린 지 얼마 안 되어 곁일을 그만둡니다. 이윽고 자취를 감추고는 열 몇 해가 지나도록 책을 안 돌려줍니다. ‘못 배우거나 안 배운’ 사람이 아닌 ‘배우거나 배우고픈’ 사람이 책을 빌릴 텐데, 빌린 책을 안 돌려준다면 이녁 스스로 무엇을 익혀 삶을 어떻게 빛낼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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