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9.26.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3》

 우미노 츠나미 글·그림/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9.10.25.



아침에 길을 나서려고 밤새 여러 일을 끝내려 하지만 못 끝내는 일이 꽤 된다. 자, 자, 느긋이 가자고. 못 끝내면 다음에 끝내자. 하루치기로 몰아서 끝내려 하지 말자. 빨리빨리 갈 길이 아닌, 노래하며 갈 길이잖니. 한밤에 두 시간쯤 눈을 붙인다. 두 시간 눈을 붙이니 새로 기운이 솟는다. 쏟아지는 별을 올려다본 뒤에 어깨를 펴고서 짐을 추스른다. 아침에 일찍 깬 작은아이가 “아버지, 이제 가게요?” “응, 보라가 오늘 이모저모 살림 잘 가꾸면 좋겠어. 아침에 빨래도 해보고.”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3》을 읽었다. 어느덧 석걸음을 읽는데 첫걸음처럼 와닿지는 않는다. 줄거리가 풀렸다고 할까. 확 느슨하달까. 달아난다고 해서 부끄럽지도 창피하지도 않다. 아니 ‘달아나기’란 무엇일까? 용을 써도 안 되기에 뒷걸음을 하고서 가만히 앉아서 지켜봐도 좋다. 온힘을 다했는데 그만 힘이 쫄딱 빠졌으면 벌러덩 자빠져도 좋다. ‘안 되면 되게 하라’ 하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꿈을 바라보며 가자’처럼 말을 돌리면 좋겠다. 되느냐 안 되느냐가 아닌, 우리가 스스로 지피면서 가꿀 꿈길인가 아닌가를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하면 넉넉할 테지. 서울에 닿아 책집 네 군데를 돌고 길손집에 깃든다. 다리에 힘이 풀린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