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약국 - 마음이 아픈 당신을 위한 한 권의 처방전
강창래 외 지음, 한국서점인협의회 엮음 / 북바이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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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39


《종이약국》

 한국서점인협의회 엮음

 강창래와 열여섯 사람 글

 북아이북

 2020.9.15.



아이들과 시골에서 숲집을 그리며 사는 길이 옳은지는 잘 모릅니다만, 늘 하나를 느껴요. 아이들이 맨발로 뛰놀고 마음껏 웃으며 노래할 수 있는 곳에서 보금자리를 일군다면 넉넉한 길이겠다고요. (51쪽/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수수하게 차리든 눈부시게 차리든 대수롭지 않아요. 더듬더듬 말하든 조잘조잘 말하든 모두 사랑스럽습니다. 작게 거드는 손길에서 새롭게 잇는 마음이 자랍니다. (129쪽/은빛 숟가락)


좋아하는 사람하고 앞으로 쉰 해쯤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한 적 있나요? 좋아하는 사람하고 보금자리를 새로 지으면 ‘어떻게 밥옷집 살림을 꾸리’고 ‘아이를 돌볼’는지 생각해 보았나요? (189쪽/아빠는 전업 주부)


아이한테 ‘미래 직업’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너는 밥하고 옷하고 집을 어떻게 스스로 마련하겠니? 전기가 끊어지고 돈값이 주저앉을 적에 너는 어떻게 살아가겠니?” 하고 물어보면 좋겠어요. (251쪽/10대와 통하는 농사 이야기)


왜 우리나라 입시 지옥은 이다지도 무시무시할까요? 혼자만 잘되는 길이라면 배움이 아니겠지요. 스스로 기쁘게 노래하면서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길이기에 배움이겠지요. 306쪽/히틀러의 딸)


비슷하기에 다른 말이 서로 어떻게 얽히며 새로운 결하고 맛이 되는가를 밝히는 사전을 차근차근 읽다 보면, 이제부터 우리말을 제대로 배워서 새롭게 쓰자는 생각이 들어요. (331쪽/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책을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제 누구나 책을 말합니다만, 예전에는 기자하고 평론가 아니고서는 책을 안 말하다시피 했습니다. 아니, 예전에는 기자하고 평론가 아닌 사람이 책을 말하면 “넌 책을 모르잖아?” 하면서 비웃었습니다. 예전에는 ‘즐겁게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책을 말하면 “근데요, 그건 그대가 모르는 소리이고요?” 하고 대꾸하는 기자하고 평론가가 수두룩했습니다.


  곰곰이 보면 예전에는 기자하고 평론가에다가 작가 빼고는 거의 누구도 책을 써서 내놓기 어려웠습니다. 예전에는 대학교 이름값이나 스승 이름줄에 따라서 ‘등단’을 하지 않는다면 책을 못 내는 판이었고, ‘등단’한 결하고 맞물리는 출판사에서 겨우 책을 내었으며, 이러한 책은 교수나 스승이 붙임글(소개 또는 추천)을 적어 주었습니다.


  오늘날에도 기자, 평론가, 작가, 시인, 소설가, 예술가, 교사, 강사, 학자 …… 같은 이름을 붙인 분들이 책을 대단히 많이 냅니다. 이웃집 아주머니나 옆집 아저씨가 책을 낼 수도 있지만, 퍽 드물지요. 마을 할머니나 시골 할아버지도 책을 쓸 수 있으나, 펴내는 길은 만만하지 않아요.


  열일곱 사람 목소리로 책을 들려주는 《종이약국》(한국서점인협의회·강창래와 열여섯 사람, 북아이북, 2020)이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구미에 깃든 〈삼일문고〉를 비롯해 나라 곳곳 마을책집이 뜻을 모아서 꾀한 ‘종이약국 서가’에서 비롯했습니다.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르게 일하는 사람들이 다 다른 책을 들려주면서 다 다른 이웃한테 다 다른 삶을 밝히는 징검다리로 책을 바라보면 좋겠다는 뜻이었어요.


  저도 이 책에 한몫 거들었습니다. 나라 곳곳 마을책집이 저마다 다른 삶길에 맞추어 저마다 다른 이야기가 흐르는 저마다 아름다운 책을 고루고루 가누어서 나누려는 몸짓은 더없이 사랑스럽거든요.


  어린이도 푸름이도 어른도 삶책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사람도 시골사람도 살림책을 곁에 두면 좋겠습니다. 많이 배운 이도 적게 배운 이도 사랑책을 마음에 담으면 좋겠습니다. 이름난 책이 아닌 아름다운 책을, 잘 팔리는 책이 아닌 두고두고 싱그러운 책을, 일본스러운 한자말이나 번역 말씨가 춤추는 책보다는 수수하게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는 착한 말씨로 들려주는 책을 함께 즐기면 좋겠어요.


  도서정가제를 놓고 여러 말이 오갑니다. 말이란 마음껏 흐를 노릇입니다. 이때에 가만히 생각해 봐요. 책하고 얽혀 말썽거리는 ‘책값’ 때문이 아닙니다. 책으로 돈벌이만 꾀하며 사재기나 베스트셀러 조작을 하는 몇몇 출판사, 샛장사(중계상·도매상)로 장난을 치면서 출판사·독자 모두 등치는 몇몇 일터, 공급율을 안 낮추고 광고를 안 넣으면 너희 책은 안 팔겠다고 배짱을 부리는 몇몇 누리책집, 그리고 책을 사읽지 않으면서 보도자료를 베껴쓸 뿐이라 책마을을 영 모르는 숱한 신문·방송 기자하고 평론가, 이 모든 고인물을 좀 치워내야 하지 않을까요?


  아름다운 책을 만날 적에는 우리 스스로 아름답게 일해서 아름답게 번 돈을, 아름답게 내미는 손길로 아름다이 품에 안고서, 아름다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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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나는 분들은 숲노래가 쓴 《책숲마실》을 함께 읽어 주시면 좋겠어요!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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