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노래

책을 사들이는 말



그 책 :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만난다. 예전에 읽을 무렵 어떠한 빛줄기가 내 마음으로 스며들면서 환하게 피어올랐는가 하고 떠올린다. 지난 어느 날 이 책을 읽은 분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런데 헌책집에서 새로 만난 그 책에는 ‘읽은 자취’가 없다. 손자국도 손때도 없이 그저 ‘묵은 나날 먼지’만 살짝 덮였다. 그래도 제법 깨끗하게 오늘까지 왔으니 고마운 셈일까. 읽히지는 못했으되 곱게 이날까지 이르렀으니, 이럭저럭 건사해 주다가 내놓아 준 그곳 사람들이 고맙다고 해야 할까. 어떻든 좋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서울 한켠에서 1999년부터 스물두 해째 헌책집살림을 꾸리는 지기님이 캐낸 이야기꾸러미이다. 먼저 눈으로 알아보고, 다음으로 마음으로 읽고, 이윽고 두 손에 쥐어 살살 쓰다듬다가, 어느새 가슴에 품고서 묵은 먼지를 내 옷자락으로 닦는다. “넌 언제나 빛나는 책이란다.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한결같이. 넌 늘 사랑스러운 숨결이란다. 이곳에서나 저곳에서나 그곳에서나 똑같이. 이제 우리한테 오렴. 우리 책숲으로 가자.” 2020.9.2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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