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9.24.


《나의 작은 화판》

 권윤덕 글, 돌베개, 2020.5.29.



오늘도 반딧불이를 만난다. 몇 해 만에 반딧불이를 다시 만나고 보니 하루가 새롭고 저녁을 설레며 기다린다. 지난 몇 해를 돌아보자면, 고흥이란 고장은 갈수록 농약을 엄청나게 뿌리고, 비닐집하고 유리온실하고 큰헛간이 끝없이 늘어날 뿐 아니라, 멧자락이나 기스락까지 햇볕판이 치고 들어온다. 고흥이나 우리 책숲에 오는 분들은 고흥 곳곳에 끔찍하도록 퍼진 ‘태양광 판넬 더미’를 보고는, 또 이 햇볕판을 박으려고 멧자락을 사납게 파헤친 자리를 보고는 혀를 내두른다. 다시 말해, 깨끗한 시골일 적에는 마을에서도 반딧불이가 날았으나, 돈벌이를 앞세워 드론이나 무인헬기로 농약질을 해대는 곳에서는 반딧불이도 제비도 싹 죽는다. 《나의 작은 화판》을 읽었다. 애쓴 걸음걸이를 차곡차곡 여미셨네 싶다. 그런데 살짝살짝 아쉽다. 그다음 그림책을 지으려고 숨돌리고 그림감을 찾는 나날을 보내기보다는, 스스로 ‘살림짓는 즐거운 숲길’이라면 좋을 텐데. 권윤덕 님이 선보인 《꽃할머니》는 줄거리를 넘어선 이녁 마음빛이 스며들어서 고왔다고 본다. ‘하고 싶다’는 생각도 나쁘지 않지만 ‘사랑하고 싶다’라든지 ‘사랑노래로 숲이 되자’는 생각으로 거듭난다면, 옷이나 연장이나 총을 다루는 그림책이 확 달랐으리라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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