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에 뜨는 달 신생시선 40
서경원 지음 / 신생(전망)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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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49


《유리에 뜨는 달》

 서경원

 신생

 2014.12.1.



  거짓말을 할 줄 아는 어린이는 없지 싶습니다. 어린이가 거짓말을 할 줄 안다면, 이미 어린이가 아닌 ‘죽은이’로구나 싶어요. 어린 나이부터 마음이 죽은 셈입니다. 또는 둘레에서 어른들이 사납고 차갑게 윽박지르고 괴롭힌 나머지 그만 스스로 마음을 죽여 입에 발린 말을 하는 셈일 테고요. 어른은 거짓말을 잘 할까요? 어느 모로 보면 어른은 순 거짓말투성이입니다. 재미없어도 억지로 웃고, 내키지 않아도 상냥한 척하며, 다른 일로 바빠도 살살 맞춰 주지요. 《유리에 뜨는 달》을 읽으면서 ‘멋스러이 쓰는 글에 맞추어서 잘 보이려고 하는 글결’을 자꾸 느낍니다. 굳이 멋스러이 써야 글이 될까요? 구태여 시라는 옷을 입혀야 시일까요? 우리는 너무도 잘못 알면서 살아갑니다. 누구하고라도 사랑할 수 있지만 아무하고나 사랑하지 않기에 사람입니다. 무엇이든 사랑할 줄 알지만 아무렇게나 사랑하지 않아서 사람이에요. 겉멋은 겉멋일 뿐 시가 아닙니다. 겉치레는 겉치레일 뿐 문학이 아니에요. 껍데기는 그저 껍데기예요. 그럴듯하게 꾸미지 말아요. 문학강좌나 문학비평가가 떠드는 소리에 맞추어 짜맞춘다면 아예 글조차 되지 않습니다. ㅅㄴㄹ



늙은 여자는 소녀에게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말한다 / 소녀의 눈동자는 문 밖에 있다 / 치마를 나풀거리며 달려가는 소녀의 긴 머리칼 / 늦은 오후의 벽을 타고 흘러내린다 (늙은 화가와 소녀/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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