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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사랑을 한다 ㅣ 문학동네 시인선 144
김복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평점 :
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51
《희망은 사랑을 한다》
김복희
문학동네
2020.7.20.
종이기저귀를 안 쓰고 천기저귀를 쓴다고 하니까 우리 어머니는 “이그, 엄마는 너네 형한테는 천기저귀를 썼지만, 너때는 힘들어서 종이기저귀 썼어. 얼마나 힘든데. 너도 종이기저귀 쓰면 안 되니?” 하셨고, 곁님 어머니는 “아이그, 천기저귀 쓰면 일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가뜩이나 할 일도 많으면서 어떻게 천기저귀를 쓴다고 그래? 그래도 천기저귀를 쓰면 아기가 좋아하지. 아이를 생각하면 천기저귀를 써야 맞는데.” 하셨습니다. 힘들면 얼마나 힘들고, 안 힘들면 얼마나 안 힘들까요? 기저귀를 아이한테 몇 해나 대어줄까요? 《희망은 사랑을 한다》를 읽다가 두 아이를 돌본 지난날이 어렴풋이, 아니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하루를 옴팡 아이한테 바치면서 하루에 삼십 분쯤 눈을 붙이기도 벅찬 나날이었지만, 언제나 사랑이 가득했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저는 늘 누구한테나 말해요. 사랑을 하고 싶다면 사랑을 하면 돼요. 무서워하는 채로 살고 싶다면 그저 무서워하는 채로 살아가면 되지요.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면 오직 사랑만 마음에 새기면서 생각을 펴면 되어요. 사랑 아닌 두려움을 ‘희망’이란 껍데기에 함부로 들씌우지 않기를 바라요. ㅅㄴㄹ
그는 벌레를 무서워한다 나는 그를 무서워 한다 / 그는 잠드는 것을 무서워한다 나는 그를 무서워한다 / 그는 술 없이 잠드는 것을 무서워한다 나는 그를 무서워한다 (왼손이 하는 오른손의 일/20쪽)
신보다 신의 사자를 사랑해선 안 되는 걸까 그림 속의 꽃을 내가 그린 꽃을 / 독을 (세라핀의 꽃, 꽃의 세라핀/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