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문학과지성 시인선 542
허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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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노래책시렁 157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허연

 문학과지성사

 2020.6.17.



  큰아이가 태어난 해는 2008년이요, 작은아이가 태어난 해는 2011년입니다. 큰아이는 가시내인 몸인 터라 세이레까지 날마다 천기저귀를 쉰두 자락씩 내놓았고, 작은 아이는 사내인 몸이라 세이레까지 나날이 천기저귀를 서른 자락씩 내놓았습니다. 사내를 먼저 낳고 가시내를 나중 낳았다면 “우와, 장난 아니네?” 했을 텐데, 가시내가 먼저 태어나 준 보람으로 작은아이를 돌보며 “우와, 고작 하루에 서른 자락만 빨면 되네?” 하고 여겼습니다.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를 읽다가 생각합니다. 시를 쓰고 싶다면 다른 사람이 쓴 시를 안 읽어야지 싶습니다. 아니, 책으로 배워서 쓰는 시를 읽지 말고, 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가르치는 시를 읽지 말아야지 싶습니다. 삶을 사랑하면서 하루하루 살림을 지으면 모든 나날이 시가 되거든요. 노래를 부르고 싶다면 오로지 마음소리를 귀여겨들을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몸을 살리는 바람이랑 해랑 비랑 풀꽃나무랑 흙이랑 구름이랑 별빛을 읽을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아이들 똥기저귀에 오줌기저귀에 이불이며 배냇저고리에 이것저것 빨아서 마당에 널면 늘 멧새가 구름을 타고서 노래하거든요. ㅅㄴㄹ



우린 나쁜 번호를 뽑았던 거야 // 지친 밀랍인형들 틈으로 / 나비 한 마리 날아올랐다 / 은혜처럼, 혹은 / 다시 찾은 영혼처럼 (만원 지하철의 나비/18쪽)


뼈의 입장이 되어버린 /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다가 // 이미 알고 있었던 일들이 / 나를 놀라게 한다는 걸 알았다 // 모든 예상된 일은 / 예상치 않게 나를 흔든다 / 물론 알고 있었다 / 어머니가 뼈가 됐다는 걸 (이장/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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