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9.16.


《시와 산책》

 한정원 글, 시간의흐름, 2020.6.30.



아이들이 처음 우리한테 온 날을, 또 이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길을, 또 곁님이 나한테 온 날을, 그리고 곁님이며 내가 그저 아이로 살아가던 나날을, 여기에 우리 모두가 아직 이 별에 오지 않고서 온누리를 가만히 빛줄기로 떠돌 무렵을 늘 돌아본다. 나는 ‘열 살 나이’라면 밥은 스스로 지어서 먹을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2020년에 열 살인 작은아이한테 “오늘 저녁은 어떻게 할까?” 하고 묻는다. “음, 주먹밥?” 네가 생각한 대로 주먹밥을 하렴. 작은아이가 빚는 주먹밥을 지켜본다. “아버지도 하나 줄게요.” “그래, 마음을 받을게. 네가 넉넉히 누리렴.” 낮에는 작은아이가 매미 허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아이들이 매우 어릴 무렵에는 어버이로서 혼자 이야기를 들려주고 홀로 살림을 도맡았다면, 이제 두 아이는 스스로 살림도 건사하고 하루를 짓는다. 《시와 산책》을 읽으며 글쓴님 아픔이나 생채기나 멍울을 들여다본다. 글쓴님한테 그 아픔이나 생채기나 멍울은 무엇일까? 쳐다보기도 싫은 자취일까? 아마 그 아픔이며 생채기에 멍울이 있은 터라 오늘 이렇게 글도 쓰고 책도 내겠지. 아팠기에 안 나쁘다. 다쳤기에 안 나쁘다. 멍울이 생겼기에 안 나쁘다. 그저 우리 삶이다. 조용조용 거닐어 보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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