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01
《그의 自敍傳》
이광수 글
고려출판사
1953.
어릴 적에 학교·둘레에서 숱하게 듣던 말, 서울에서 헌책집마실을 처음 누리던 1994년부터 책손 할아버지한테서 자주 듣던 말로 ‘조선의 3대 천재’가 있어요. 1990년대 첫무렵까지만 해도 대학입시에서 ‘이광수·최남선’ 문학을 으레 다루었고 ‘홍명희’는 아예 안 건드렸습니다. 아마 요새는 바뀌었겠지요. 헌책집 책손 할아버지는 “조선 3대 천재 책부터 읽어야 하지 않아?” 하는 말을 곧잘 들려줍니다. 이때에 “저는 천재보다는 조용히 빛나는 들꽃 같은 사람들 책부터 읽고 싶습니다. 굳이 그 천재들 책은 안 읽어도 되지 않아요? 읽어 준 사람이 많은 책보다는, 앞으로 읽어 줄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 싶을, 우리 삶터를 아름답게 가꾸는 빛을 담은 수수한 책을 읽으려 합니다.” 하고 대꾸했어요. 《그의 自敍傳》은 헌책집에서 이따금 구경했습니다. 늘 시큰둥히 지나치다가 ‘꼭 오늘 읽어야 하지 않을 테니, 나중에 정 생각나면 읽기로 하고, 오늘은 장만해 놓자’고 생각해서 품었습니다. 가끔 조금씩 읽는데, ‘조선 3대 천재’이기 앞서 쉽잖은 어린 나날을 보냈고, 이이 나름대로 뜻을 품고서 애썼구나 싶습니다. 다만 ‘뜻’을 늘 ‘밖’에서 품으려 했더군요. 마을을, 숲을, 시골을, 하늘을 안 봤으니 얄궂은 길을 갔겠지요.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