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96


《원예가의 열두 달》

 카렐 차페크 글

 요셉 차페크 그림

 홍유선 옮김

 맑은소리

 2002.7.15.



  똑같은 하루는 없습니다. 똑같은 해도 없습니다. 똑같은 철도 없고, 똑같이 흐르는 때란 아예 없습니다. 날마다 하는 일이 똑같다고 하더라도 날마다 맞이하는 아침저녁이며 밤낮은 노 다릅니다. 해바라기·풀바라기·바람바라기·별바라기·비바라기·꽃바라기·숲바라기를 하면 우리 하루는 참으로 노상 빛난다고 깨달을 만합니다. 이와 달리 시계·달력을 바라보며 쳇바퀴를 도는 나날이라면 ‘갈아입는 옷’은 있되 ‘거듭나는 넋’은 없지 싶어요. 초·중·고등학교를 보낸 시멘트집에서는 다 다른 철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겨울에는 손이 곱은 채 찬물로 걸레를 빨고 비질을 하며 ‘이 겨울은 언제 끝나나?’ 하고 생각했어요. 창문을 다 열어도 좁고 더운 여름에는 땀을 비처럼 흘리며 ‘이 여름은 언제 지나가나?’ 하고 생각했고요. 여느 일터에서도 철철이 다른 삶을 못 보기 마련 아닐까요? 《원예가의 열두 달》을 읽으며 ‘글님이라면 흙님에 풀님에 꽃님에 나무님에 바람님에 숲님이 될 노릇’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박경리 님은 《원주통신》을 남겼는데 흙말 아닌 먹물말이었어요. 숲말로 열두 달을 그리면서 풀꽃말로 하루를 돌아볼 줄 안다면 우리 삶은 푸르겠지요. 2019년에 《정원가의 열두 달》로 새로 나온 책이 반갑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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