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값있는 책 모으기 : ‘고전 그림책 수집’이나 ‘희귀 그림책 초판본 수집’이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으나, 그림책에 깃든 이야기보다 ‘값’을 바라보려고 하면 어쩐지 쓸쓸하다. 오롯이 사랑을 누리는 그림책을 이야기하면 스스로 즐거우면서 아름답지 않을까. ‘희귀본·초판본·유일본·서명본’을 따진다고 해서 나쁠 까닭은 없겠으나, 책이 흘러온 길이며 빛이며 숨결이며 노래이며 삶이며 살림을 나누려 한다면 스스로 기쁘면서 아름다웁겠지. 값있는 책을 모으고 싶다면 모아야 할 테지. 다만, 책을 값으로 읽는다면 껍데기나 겉모습에 갇히기 좋다. 값진 책을 건사하려는 마음이란 이름있는 책에 얽매여 스스로 차꼬를 매는 셈이다. 이름난 책이나 잘팔리는 책을 읽어도 나쁠 일은 없지만, 우리 곁에 이름난 책이나 잘팔리는 책이나 값비싼 책만 있다면, 어쩐지 삶이 허전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살림이 초라하지 않을까. 2000.5.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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