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08


《골목안 풍경 전집》

 김기찬 사진

 눈빛

 2011.8.27.



  적잖은 책은 한두 해조차 눈길을 못 받고서 조용히 스러지곤 합니다. 책 한 자락이 열 해를 살아내며 사랑받는다면 꽤 넉넉하겠지요. 새로 태어나고 다시 태어나며 거듭 태어났으나, 바야흐로 더는 어렵구나 싶어서 자취를 감춘다면 이러한 책을 바라보면서 “그동안 애썼어. 언젠가 네가 새삼스레 빛을 볼 날이 있으리라 생각해. 이제 고이 쉬렴.” 하고 속삭이고 싶습니다. 《골목안 풍경 전집》이 두툼하게 나오던 2011년에 반가우면서 아쉬웠습니다. 김기찬 님이 사랑스레 골목길을 거닐면서 담아낸 포근한 눈길을 여민 대목은 반가우면서도, 사진결이 썩 안 좋았습니다. 책으로 찍으면서 빛결을 찬찬히 추스르지 못했습니다. 592쪽에 이르는 책인데 넘김새가 안 좋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사진책을 펴낼 만한 눈높이가 아직 먼 셈일까요. 반도체를 만들고 손전화나 군사무기를 만들 줄 안다지만, 막상 사진책 하나를 사진결대로 종이에 옮기는 솜씨는 이렇게 허술할까요. 골목마을을 휙휙 밀어내어 아파트를 올린 삽질을 헤아린다면, 살림자리를 사랑으로 가꾸도록 이끄는 배움판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셈(숫자·성장율·지지율)에 목을 매달아요. 셈을 하더라도 셈꽃이 되면 좋겠으나, 생각꽃이나 생각날개하고 너무 멉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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