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97


《유나바머》

 유나바버·테어도르 존 카진스키 글

 조병준 옮김

 박영률출판사

 1996.7.7.



  군대에서 만난 운전병은 늘 수수께끼였습니다. 운전병은 중대도 대대도 연대도 사단도 아닌 몸이더군요. 그때그때 어디로든 옮겨간다더군요. 강원 양구 멧골짝에서는 걸어서든 차로든 워낙 멀기에 운전병하고 함께 움직일 적에는 이이 수다를 신나게 듣습니다. 다른 데로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이이는 ‘이 아름답고 조용한 멧골길을 모는 일’은 군대 아니면 못하겠지 싶어 그냥 있을 뿐이라며, 저 하늘빛·멧빛 좀 보라고 하더군요. ‘짚차병’이며 웬만한 운전병은 뒷돈을 내야 들어가는 자리라던데, “여봐, 최 상병, 생각해 봐. 너네 중대에서 돈 좀 있거나 사회에서 잘난 애들 본 적 있어?” “없네요.” “있는 애들은 사령부나 군단에 가고, 덜 있는 애들은 사단에 있고 그래.” “아저씨는요?” “난 여기가 공기 좋고 경치 좋아서 눌러앉을 뿐이야. 밖에서 일도 좀 쳤고.” “어쩌다 운전병을 했어요?” “사실 난 면허도 없는데, 힘 좀 썼지. 운전이야 들어와서 배워도 되잖아.” ‘부식’이 나오면 행보관·중대장은 이녁 차에 자루째 쌀이며 건빵이며 챙겼고, 사단장·군단장은 ‘곰취·멧나물 사역’을 시켰습니다. 군대에서 나온 뒤 《유나바머》를 만났습니다. 문드러지지 않은 데가 없는 군대야말로 폭탄으로 터뜨려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