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9.8.


《싸움의 기술》

 정은혜 글, 샨티, 2020.8.21.



베짱이가 노래한다. 베짱이가 노래를 뚝 멈춘다. 베짱이가 파드드 난다. 베짱이가 날아앉아 더듬이를 살살 움직이더니 딱 멈춘다. 나랑 눈이 마주친다. 뭘 보느냐고 왜 보느냐는 눈치이다. 널 보면 안 될 일이라도 있느냐고 묻는다. 그래도 굳이 쳐다볼 일은 없지 않느냐고 묻기에, 네가 우리 집에 언제나 노래를 곱게 들려주어서 모처럼 네 모습을 보고 싶었노라고 대꾸한다. 벌나비가 난다. 우리 집에 풀꽃나무가 마음껏 자라니 갖은 벌나비가 찾아들어 춤춘다. 마당에 서서 벌나비 날갯짓을 따라 하늘하늘 춤추다 보면 아이들은 저희 나름대로 춤짓이 되어 논다. 벌·나비·딱정벌레·무당벌레가 팔뚝이나 어깨에 곧잘 내려앉는다. 모두 저희 나름대로 날아다니면서 만나거나 겪거나 본 이야기를 마음으로 들려준다. ‘풀’이란 이름이 붙은 이웃이란 더없이 싱그럽다. 《싸움의 기술》을 읽었다. 우리 삶이 으레 싸움판이요, 이기려는 싸움이 되기보다는 왜 맞붙거나 맞서는 일이 생기면서 어떻게 헤아려서 풀어내는 길을 가야 즐거울까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 ‘사회’란 이름이 되면 온통 다툼판이거나 겨룸판이거나 싸움판이다. ‘삶’이요 ‘숲’이라면 어울림길인데, ‘사회·정치·교육·문화·문학·종교’가 되면 다 싸움판이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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