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64
《高等小學 算術書 第二學年 兒童用》
文部省 엮음
文部省
1932.9.30.
이웃나라로 쳐들어와서 총칼로 짓밟을 뿐 아니라 사람을 마구 죽이고 숲을 함부로 밀던, 이러면서 이웃나라 삶터를 아무렇게나 휘저은 일본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막상 ‘일제강점기에 일본 제국주의가 퍼뜨리면서 억지로 쓰라고 닦달한 일본 말씨나 일본 한자말’을 말끔하게 털어내면서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쓰려고 마음을 기울이거나 사랑을 쏟거나 생각을 가꾸는 분은 뜻밖에 드뭅니다. 우리한테 우리말이 없다면야 어느 말이든 받아들여서 쓰겠지요. 우리한테 우리말이 있다면 마음을 기울이고 사랑을 나누며 생각을 짓는 길에 우리 슬기를 빛내어 새롭게 꿈을 그릴 적에 즐겁고 아름다우리라 느껴요. 《高等小學 算術書 第二學年 兒童用》은 일본에서 1932년에 나온 일본 길잡이책입니다만, 조선총독부란 이름으로 이 나라에서도 이 길잡이책을 그대로 써요. 일본사람이 쓴 ‘ノ(の)’만 ‘-의’로 바꾸고, 일본 한자말은 소릿값만 한글로 적지요. 길잡이책 이름에 나오는 ‘고등’이나 ‘제2학년’이나 ‘아동’이나 ‘-용’이나 ‘-서’ 같은 말씨도 아직 그대로 쓰는 곳(또는 사람)이 많아요. 총칼을 앞세운 일본 제국주의가 ‘가르친’ 말씨이건 말건 ‘꽤 오래’ 길들거나 익숙하니까 그냥그냥 쓸 만할까요?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