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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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책으로 삶읽기 615


《엄마와 딸》

 신달자

 민음사

 2012.12.28.



아쉬운 것은 내가 너무 일찍 결혼하면서 엄마에게 죄를 지은 것이다. 엄마는 나더러 공부해서 박사가 되어 엄마의 한을 풀어 달라는 것이었는데, 그냥 결혼해 버렸던 것이다. (20쪽)


딸들이 아무리 똑똑해도 엄마처럼 알겠는가. 그래서 텔레비전 드라마만 보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친구들과 제대로 사귀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워하고 남자들을 잘 이끌지 못하는 것도 걱정스러운 것이다. 남자들을 읽지 못하고 사랑만 받으려는 딸을 보며 마음이 불안한 것이다. 엄마들은 이 세상에서 최고가 되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기본을 알아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70쪽)


그런데 나도 아이를 기를 때는 모든 것을 참견하려고 했다. 그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면서. 딸의 서랍도 뒤지고, 주미니도 뒤지고, 일기장도 훔쳐보고, 딸의 은근슬쩍 거짓말도 다 안다고 까발리고. (94쪽)


어쩌면 이 시대가 엄마들을 남성적으로 몰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엄마의 능력을 신의 능력까지 끌어올리지 않으면 자식 하나도 제대로 키울 수 없는 것이 요즘 세태다. (116쪽)



《엄마와 딸》(신달자, 민음사, 2012)을 읽은 지 한 해가 좀 지난다. 글도 쓰고 대학교수도 한 이녁으로서 참으로 다루고 싶은 두 가지 이야기인 ‘어머니’이자 ‘딸’인 나날을 풀어내었다고 느꼈다. 다만 무척 심심했다. 오늘날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라서 따분하지 않다. 글도 쓰고 대학교수도 한 분으로서 ‘어머니이자 딸이라는 길’을 새롭게 가꾸거나 짓거나 펴거나 나누려는 마음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기에 지겹기까지 했다. 우리는 어른이면서 아이인 삶이다. 누구나 매한가지이다. 겉으로 입은 몸이 있다면, 속으로 품은 마음이 있고, 나란히 어우러지는 넋이며 숨결이며 빛이 있다. 이 대목, 그러니까 마음·넋·숨결·빛을 담아내려 했다면 글님이자 대학교수란 길을 걸은 자취를 풀어낼 만했을 텐데, 이러지 않았기에 이 책은 영 맨숭맨숭했고, 쳇바퀴에 스스로 고인 해묵은 푸념 같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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