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94


《자료집 1 : 가자! 농촌으로 해방으로 통일로 가자!》

 경희대학교 총학생회·단대연합회 엮음

 경희대학교 총학생회·단대연합회

 1986. 8.10.



  전남 고흥 시골자락에 살면서 이곳에 ‘농활(농촌봉사활동)’을 온 대학생을 두 해 보았습니다. 광주에 있는 대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라는데, 이틀인가 사흘쯤 머물더군요. 어느 아이는 하룻밤만 머물고서 돌아갑니다. 하루나 이틀을 머무는 대학생은 ‘태어나서 여태 하루도 해본 적 없는 흙일’을 얼마나 이바지하거나 거들 만할까요? 이름으로는 낫이나 호미라는 낱말은 들었겠지만, 막상 손에 쥐고서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를 얼마나 알는지요? 이들은 마을회관에서 묵었는데, 버스를 빌려 짐을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니 짐칸에서 술병이 끝없이 나오더군요. 농활이란 이름을 빌려 시골에서 술잔치를 벌일 셈이었을까요. 밤에는 폭죽을 터뜨리고 술에 절어 노래한다며 시끄럽던 일이 새삼스럽습니다. 《자료집 1 : 가자! 농촌으로 해방으로 통일로 가자!》는 대학생이 농활을 갈 적에 미리 배우기도 하고, 시골 마을회관 같은 데에서 함께 익히도록 꾸린 글뭉치입니다. 아마 웬만한 대학생은 농활을 가기 앞서까지 시골살이·농협이 얽힌 실타래를 하나도 모를 테고, 헤아린 적도 없겠지요. 그런데 술잔치 농활조차 해보지 않고서 공무원이나 정치꾼 노릇을 하는 이들은 나중에 무슨 일을 할까요? 낫이며 호미를 쥔 적 없이 어떤 행정을 펼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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