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84


《유관순》

 김대영 옮김

 김석배 그림

 초동문화사

 1977.6.10.



  ‘을지그림문고’라고 하는 이름으로 ‘고구려서점 총판’이란 데에서 돌린 《유관순》은 ‘덤핑책’입니다. 책에 붙은 값은 아랑곳하지 않고 싸구려에 무더기로 넘긴 판입니다. 학교에 뒷돈을 건네면서 팔던, ‘가정판매’란 이름으로 집집을 돌며 바가지를 씌우기도 하던, 책마을을 어지럽힌 자국입니다. 글쓴이가 아닌 ‘옮긴이’가 나오는 이러한 책을 쓰거나 엮거나 펴낸 어른은 아이들한테 어떤 돈을 우려내려는 마음이었을까요? 후줄그레한 책을 얄궂게 내놓아 돈벌이에 기울인 그 어른들 삶에 조금이라도 이바지를 했을까요? “그런 책이라도 어디냐? 책 하나 손에 못 쥐는 가난한 아이가 많았는데?” 하면서 지난날 이런 책을 잘못으로 안 여기고 핑계를 대는 어른이 수두룩한 터라, 우리 삶터가 오래도록 쳇바퀴질이지는 않았을까요? 출판사에서는 맞돈을 손에 쥐려고 ‘총판 거래’를 했습니다. 2000년대로 접어든 다음에는 총판보다 ‘홈쇼핑 거래’로 책을 덤터기로 팔아치웠지요. 책을 책으로 여기지 않는 마음이라면, 우리가 이 종이꾸러미로 무엇을 배울까요? 마구잡이로 팔아치우려는 책이어도 ‘유관순’을 다루면 ‘좋은 책’이 될는지요? 하루이틀 팔아넘길 싸구려 아닌, 즈믄해를 고이 건사할 이야기책을 지어서 나누고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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