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25.


《머나먼 여행》

 에런 베커 그림, 웅진주니어, 2014.11.3.



저녁이 깊자 벼락이 친다. 아주 멀리서 친다. 부엌 창밖으로 내다보는데 반짝반짝하면서 아뭇소리가 없다. 소리 없는 벼락이란 참으로 멀다는 뜻이다. 돌개바람이 온다지. 요즈음 나라에서는 돌개바람이 온다고 하면 이런 걱정 저런 끌탕을 늘어놓기만 하는데, 큰비이든 큰바람이든 왜 찾아오는가를 생각하거나 제대로 짚는 적이 없구나 싶다. 예부터 이 땅은 때때로 큰비나 큰바람이 찾아들면서 자질구레한 것을 쓸어냈다. 나락이든 남새이든 비바람을 너끈히 이겨내었다. 오늘날 과일밭을 들여다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지난날에는 나무가 스스로 자라는 결을 살펴 사다리를 놓거나 나무를 타서 열매를 땄으나, 오늘날에는 쇠줄로 나무를 친친 동여매고 가지를 모질게 쳐서 난장이로 억누른다. 열매만 굵게 달리도록 한다. 가벼운 바람에도 열매가 떨어지지만, 나무는 죽도록 앓으면서 눈물을 짓는다. 《머나먼 여행》은 빨간 빛깔을 그리는 붓 하나로 마음껏 나들이를 다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재미있구나 싶으면서도 아이가 다니는 곳은 하나같이 큰고장이다. 숲이라든지 별이라든지 하늘 너머는 생각을 못한다. 생각하는 대로 갈 테지. 생각이 닿지 않으면 어디로도 못 갈 뿐 아니라 아무것도 새롭게 이루지 못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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