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83


《민족중흥 대학·일반용》

 한국문인협회 엮음

 어문각

 1969.4.30.



  “우리는 국민교육헌장을 세밀히 분석하여 그 정신이 가르키는 바 여러 가지 요지를 18개 항목으로 나누었다.” 하고 머리말에 밝히는 《민족중흥 대학·일반용》은 한국문인협회라는 데에서 엮습니다. ‘새 국민 문고’로 나온 책이라는데, ‘대학·일반용’이 있으니 초등하고 중등을 가르는 판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서강대도서관 폐기도서’로 헌책집에 흘러들었기에 이런 책이 다 있었네 하고 오늘에 와서 돌아봅니다. 나라를 살리자는 뜻보다는 정치권력이 흔들린다 싶기에 나라팔이를 했다고 느낍니다. 나라지기나 벼슬아치가 갖은 말썽을 피우면서 이 말썽짓을 감추려고 ‘민족중흥’이란 이름을 앞세워 사람들을 길들이려 했구나 싶습니다. 군사독재가 온나라를 짓밟은 나날을 붓끝으로 나무라지 않는다면 그들을 글님(문인)이라 할 수 있을까요? 군사독재한테 빌붙거나 엉겨붙으면서 돈·이름·힘을 거머쥔 그들은 그저 허수아비이거나 거머리라고 해야겠지요. 이런 책을 찍은 곳도 똑같이 독재부역을 한 셈입니다. 아무리 ‘폐기도서’로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습니다. ㅅㄴㄹ


“또 혼란해지는 질서를 바로 하기 위해선 군인들까지가 나서 혁명도 하면서, 이 천지개벽만큼 새로운 우리 겨레의 중흥을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12쪽/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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