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79


《소설 보다 봄·여름》

 김봉곤·조남주·김혜진·정지돈

 문학과지성사

 2018.8.29.



  소설꾼 한 사람이 그동안 내놓은 책이 2020년 여름날 크게 말썽이 됩니다. 출판사도 소설꾼도 한참 입을 다물거나 팔짱질이었으나, 사람들이 들불처럼 일어나자 부랴부랴 움직이더니 뒤늦게 고개숙이는 시늉에 책을 거둬들이기로 합니다. 이러고서 얼마 안 지나 소설꾼 이름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게 바뀌고, 누리책집에서 이 소설꾼 책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를 아예 감추려 하네 싶습니다. 큰 출판사가 여러 가지로 보여준 모습은 이 나라 정치·사회하고 닮습니다. 아니, 매한가지일 테지요. 이제는 찾을 길이 없다시피 한 그 소설꾼 자취를 《소설 보다 봄·여름》에서 엿봅니다. 그릇이 얕은 쪽은 소설꾼 하나뿐일까요? 큰 출판사 일꾼이나 대표는, 또 문학평론을 하는 이는, 또 우리들은 ……?


“무엇보다 고향을 떠난 것이 결정적인 변곡점이었다. 나는 상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촌스러운 내 옷들과 함께 내 말투를 버렸다. 그다음은 옛 친구들이었다 … 여름을 위해 준비해둔 향수는 르라보의 상탈33과 바이레도의 블랑쉬입니다 … 세상에 온전히 ‘나’가 ‘나’인 사람이 없듯, 온전히 ‘나’의 이야기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 역시나 가장 만나고 싶은 독자는 다음 소설을 쓰게 할 사람이에요.” (38, 49, 50, 56쪽/김봉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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