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7.
《온탕 대 냉탕》
바람숲그림책도서관 아이들과 최지혜 글·엄정원 그림, 한솔수북, 2020.8.17.
어제 순천마실을 하고서 밤늦게 돌아온 터라 아침부터 뻑적지근하다. 눈부신 햇볕을 맨몸으로 고스란히 받으면서 살살 춤을 춘다. 해님이 드리우는 빛줄기에 따라 흐르는 바람결을 마음으로 짚으면서 손발을 놀린다. 기운이 처질 적에는 눈을 감고서 해바라기를 한동안 하면 찌릿찌릿 새기운이 오른다. 기운이 빠질 적에는 맨발로 풀밭에 서거나 나무를 안으면 짜릿짜릿 새숨결이 솟는다. 이러다가 나비가 가볍게 옆을 스치고 날면, 멧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하면, 갓 깨어난 매미가 우렁차게 수다를 떨면, 이 여러 살림으로 빙그레 웃음이 돈다. 《온탕 대 냉탕》은 아이들이 여민 글을 한묶음으로 보여준다. 도서관 한 곳을 꾸준히 드나든 아이들이 애써 글 몇 자락씩 펼쳐 주었구나. 어른들한테 물든 티를 아이들 글에서 엿보기도 하고, 아직 물들지 않은 맑은 눈망울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도서관지기가 아이들한테 ‘글감을 따로 세우지 않’거나, 글감을 세우려 했다면 ‘오늘 본 꽃’이나 ‘오늘 만난 나비’나 ‘오늘 나무하고 속삭인 이야기’를 쓰도록 하면 좋았을 텐데 싶다. 아이는 어른 눈치를 보려고 태어나지 않는다. 아이는 어른 살림을 눈여겨보면서 사랑어리고 슬기로운 눈빛을 보려고 태어난다. 이 결을 알면 참 좋겠는데.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