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8.


《엄마와 딸》

 신달자 글, 민음사, 2012.12.28.



딸이 아닌 아들로 태어났다. 둘레에서는 내가 딸로 태어나리라고 여겼단다. 아들이란 몸으로 태어났는데 어릴 적부터 나는 계집애를 닮았다고 했단다. 자랄수록 가시내 아닌 사내처럼 보였을 테지만 언제나 어머니 심부름을 했고, 집안일을 꺼리지 않았다. 국민학교 5학년 무렵부터 ‘미래직업 : 가정주부’로 삼으면 어떠할까 하고 생각했고, 참말로 ‘미래직업’ 둘쨋길로 ‘가정주부’를 적어 넣었다. 사내가 무슨 집안일을 하느냐고 곳곳에서 손가락질이었지만, 어느 한쪽만 맡을 집안일이 아닌 함께하면서 서로 돌보고 사랑하며 가꿀 집살림이라고 여겼다. 타고난 몸뚱이로 일거리를 가를 앞날이 아닌, 즐거운 마음으로 꿈을 북돋아 온누리에 어깨동무라는 빛줄기를 조금씩 퍼뜨릴 적에 아름다우리라 생각했다. 《엄마와 딸》을 읽었다.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이면서 이녁 어머니한테는 언제나 딸인 글쓴이 생각이 조곤조곤 흐른다. 다만 글쓴이는 새길을 열거나 뚫기보다는 이 나라에서 굴레를 씌운 자리대로 어머니하고 딸이라는 길을 돌아보거나 짚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더욱 이 굴레나 수렁이나 틀을 부드러이 녹여내는 삶길로 새롭게 걸어가면서 싱그럽고 씩씩한 하루를 글로 담으면 훨씬 좋을 텐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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