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63


《朝鮮語辭典》

 朝鮮總督府 엮음

 朝鮮總督府

 1920.3.30./1928.7.5.



  1800년대가 저물 무렵까지 나라지기·벼슬아치·먹물꾼은 중국 한문으로 글을 남깁니다.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도 이 땅에서 나눌 말이 아닌, 이웃나라 우두머리를 섬기는 말글로 억눌렀어요. 조선이란 나라가 무너질 1900년대로 접어들 즈음 훈민정음을 새로 바라보려는 조그마한 물결이 일고, 한문으로 붙인 낡은 이름으로는 우리가 쓸 글이 못 되리라 여겨 ‘한겨레·한나라’를 가리키는 ‘한’을 딴 ‘한글’이란 이름을 새로 짓습니다. 다만 이때까지 우리글이 어떤 얼개인지 기틀을 닦지는 못합니다. 이러다가 일제강점기를 맞이했고, 조선총독부 취조국은 1911년부터 일꾼을 모으고 밑틀을 다스린 끝에 1920년 3월에 《朝鮮語辭典》을 선보입니다. 한겨레는 엄두조차 못 내거나 생각마저 못하던 우리말사전을 일본사람이 낸 셈인데, 일본은 이웃나라하고 사귀려고 일찍부터 이웃나라 말씨를 살피는 책을 꾸준히 내놓았어요. 바탕이 있으니 사전을 엮을 만합니다. 58639 낱말(한자말 40734, 우리말 17178, 이두 727)을 실은 사전인데, 제가 헌책집에서 찾은 판은 1928년이 첫판이라 합니다. 왜 1920년 아닌 1928년을 첫판으로 책자취에 밝히는지 아리송하지요. 그나저나 《조선어사전》은 앞가지·뒷가지·말밑을 살펴 엮은 얼개가 돋보입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