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앙앙앙 창비시선 443
류진 지음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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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46


《앙앙앙앙》

 류진

 창비

 2020.4.10.



  저는 향긋물(향수)을 뿌리거나 쓴 적이 아예 없습니다. 얼굴에 뭘 바르지 않고, 이제는 비누조차 안 써요. 그렇지만 누구는 향긋물이나 얼굴가루나 비누를 쓰겠지요. 이런 것을 늘 곁에 둘 테고요. 저는 나뭇잎을 볼에 대면 몹시 즐겁습니다. 흙을 맨발로 디디고 맨손으로 쓰다듬으면 상큼하다고 느껴요. 빗물로 몸을 씻으면 개운하지요. 《앙앙앙앙》을 쓴 분은 어떤 곳에서 어떤 삶을 보내려나요? 아마 저하고는 사뭇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큰고장에서 여러 가지를 누리며 살아가겠지요. 이리하여 이녁이 쓴 글에는 이녁이 살아가는 하루가 고스란히 흐릅니다. 이런 글은 큰고장에서 지내는 분한테는 재미날 만하고, 말놀이로 여길 만하지 싶습니다. 그러나 숲바람하고 숲그늘로 하루를 누리고 싶은 사람한테는 뜬구름을 잡는구나 싶으면서, 말장난으로 볼 만하지 싶어요. 여름이 저무는 8월에 한껏 피어나는 까마중 흰꽃하고 도깨비바늘 노란꽃을 바라봅니다. 이 들꽃은 눈가림이나 눈속임을 안 합니다. 그저 까마중답게 줄기를 올리고 꽃망울을 터뜨려요. 오직 도깨비바늘답게 꽃대가 솟으며 꽃송이가 벌어집니다. 날이 저물며 멧새 노랫소리가 한결 그윽합니다. ㅅㄴㄹ



착지했는데 목성일 때 / 당겼는데 빗줄기일 때 // 나무떼가 철컥철컥 갑옷일 때 // 마음인데 차가운 햄일 때 / 물병 속의 물결인데 빠졌을 때 // 청군이 이기기로 했습니다 (우르비캉드의 광기/10쪽)


맥주와 공권력이 발끝을 적신 고장에서 왔습니다 / 죽으십시오, 이 건조무미한 곳으로 이주를 지원하는 바입니다 / 여기 지옥은 무슨 맛입니까 (칭다오 지네튀김/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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