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6.26. 얼굴돌리다


살면서 으뜸으로 칠 곳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달리 여기겠지요. 저는 어릴 적부터 바람을 으레 첫째로 쳤어요. 고삭부리요 코가 워낙 나빠서 숨쉬기가 참 힘들었거든요. 코가 나빠 숨을 못 쉴 적에는 하루 내내 숨막힙니다. 늘 숨이 가쁘지요. 매캐한 데라면 버겁고, 트인 곳이라든지 숲 한복판이라면 숨을 가늘게 고릅니다. 풀꽃내음을 맡으면 어쩐지 몸이 가벼워요. 바람이 씽씽 부는 마당이라면 더없이 가뿐합니다. 시멘트로 두른 자리에 갇히면 골이 지끈하지요. 자꾸자꾸 생각했어요. 삶에서 꼭두로 삼을 길이란, 언제나 스스로 가장 튼튼하면서 빛날 길이 어디인가를 살펴야겠다고 여겼어요.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로 살면서 나몰라 할 일이란 없습니다. 거리낌없이 묻고 헤아려요. 어떤 보금자리를 짓고, 어떤 삶자리로 가꾸면서, 뒷짐이 아닌 사랑을, 팔짱이 아닌 살림을 바라볼 때에 기쁜가를 따집니다. 스스로 삶길을 찾는다면 이웃이 헤맬 적에 등돌리지 않겠지요. 스스로 사랑살이를 알아차린다면 동무가 힘겨울 적에 얼굴돌리지 않을 테고요. 거짓말을 안 합니다. 참말을 합니다. 바보짓은 하지 않아요. 춤짓을 하지요. 바람에 몸을 맡깁니다. ㅅㄴㄹ


으뜸·첫째·꼭두·가운데·한가운데·복판·한복판·판·마당·바탕·밑·밑바탕·밑절미·물결·너울·-만·거의·으레·보다·바라보다·살피다·따지다·다루다·알다·헤아리다·생각하다·매이다·얽매이다·갇히다 ← 위주(爲主)

고개돌리다·얼굴돌리다·귀닫다·눈감다·입닫다·입다물다·입씻다·나몰라·나몰라라·뒷짐·뒷짐을 지다·팔짱끼다·등돌리다·등지다·멀리하다·건방지다·뻔뻔하다·거리낌없다·모르는 척하다·모르는 체하다·모르쇠·못 본 척하다·시침·시침질·시치미·시큰둥하다·심드렁하다·안 하다·하지 않다 ← 안면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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