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76


《Deutsches Lehrbuch Buch Ⅱ》

 장하구 엮음

 향린사

 1948.8.16.첫벌/1954.4.25.열한벌



  1945년 8월 15일 뒤로 이 나라에는 두 물결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부끄럽고 더러운 일제강점기를 말끔히 씻자는 물결이요, 다른 하나는 일본이 이 나라에 해놓은 살림이 많으니 갑작스레 바꾸면 안 된다는 물결입니다. 역사책에 적혔듯이 이 나라를 말끔하게 씻고서 새롭게 가꾸려던 이들은 거의 다 죽었습니다. 나라를 갑작스레 바꾸지 말고 천천히 바꾸자고 하던 이들은 끝끝내 ‘아무것도 안 바꾸고 그들 쇠밥그릇 지키기’를 해냈습니다. 이제 일본말은 안 써도 되고 조선말(우리말)만 쓰면 되는 나라였으나 일제강점기 친일부역자는 ‘일본말로 익힌 전문말’을 단단히 붙들면서 하나도 안 버리려 했어요. 사람들이 우리 말글을 새롭게 익혀서 즐겁게 삶을 가꾸는 길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랬다가는 그들 일자리가 모조리 사라지거든요. 《도이취 말 교본》은 일본 제국주의가 심은 모든 말씨를 털어내고서 ‘건너따옴법(간접화법), 같은자리(동격), 갈림꼴(분사), 그림씨(형용사), 끝남(종료), 닿소리(자음), 말밑(어원), 바로따옴법(직접화법), 붙임말(한정사), 센바꿈(강변화), 앞토씨(전치사), 줄기(어간), 이음씨(접속사), 홑셈(단수)’ 같은 말을 씁니다. 이제는 우리말로 바깥말을 배우자는 얼개예요. 참으로 짠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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