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의 노래 문학과지성 시인선 533
이설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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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143


《울타리의 노래》

 이설빈

 문학과지성사

 2019.11.4.



  저는 인천이란 고장에서 나고 자란 터라 1982년에 프로야구가 첫발을 내딛을 적에 도원야구장으로 날마다 찾아가서 삼미 슈퍼스타즈 경기를 보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어린이가 ‘야구 일정’을 미리 알기 어렵고, 뻔질나게 야구장으로 달려가서 경기를 하나 안 하나 살폈어요. 1983년은 장명부를 앞세워 반짝했지만 이내 시들했는데, 야구장에서는 으레 갖은 거친말이랑 방망이로 퍽퍽 패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감독이 선수를 나무라거나 얼차려를 시키는데, 1루 관중석에 앉은 어른 사이에서도 “하, 아무리 져도 경기 중이고 아이들도 경기를 보는데 좀 심하네.” 하는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울타리의 노래》에서 옥탑칸 이야기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노래님은 옥탑칸이 참 싫었나 봐요. 저도 옥탑칸에서 제법 살았는데,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지만, 햇살이 눈부시고 바람이 훌륭하지요. 삶이란 언제나 바라보기 나름이에요. 때로는 가난하기에 싫지만, 때로는 돈이 많아서 싫다고도 합니다. 때로는 짝꿍이 없어서 쓸쓸하다지만, 때로는 짝꿍이 많아서 고달프다지요. 울타리는 남이 씌우지 않습니다. 스스로 세우면서 스스로 제자리걸음이기에 울타리입니다.



나는 틈만 나면 잠을 모으지 / 뿔이 악몽을 한 점에 집중할 때까지 / 몸의 내륙이 쩍쩍 갈라질 때까지 / 기린, 우린 벼락 맞는 나무의 / 가장 위태로운 가지 같아 (기린의 문/9쪽)


내 옥탑방 앞에는 빛나는 위성접시 / 너의 방 창문에는 / 벽돌과 벽돌들 그리고 / 키 낮은 담벼락 // 나의 지붕은 기와지붕 / 지붕 있는 옥탑방 / 無窮花 흐드러진 화단 // 나는 화단을 짓밟고 / 올라가 지붕을 부수고 / ―없어 / ―없다고 (태양 없이/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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