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74


《國家와 革命과 나》

 박정희 글

 향문사

 1963.9.1.



  1988년에 중학교에 들어가는데 이즈음은 ‘5·16 혁명’이라고 했습니다. 1991년에 고등학교에 들어갈 즈음 ‘군사쿠테타’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고, 2000년대로 다가서자 달력은 ‘5·16 기념일’쯤으로 적더니, 어느 해부터 이런 말조차 사라집니다. 발자취로 보나 살림살이로 보나, 1961년 5월 그날은 ‘나라를 살리려는 새길’이 아니라 ‘힘(정치권력)을 가로채어 멋대로 부리려는 막길’을 여는 첫걸음이었을 테니까요. 군대를 이끌고서 나라힘을 거머쥐려 했던 이는 《國家와 革命과 나》라는 책을 썼다고 합니다. 스스로 썼는지 누가 써 주었는지는 알 노릇이 없습니다만, 그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라사랑’이라는 한마음이라고 밝히는데, 칼붙이를 앞세운 막짓이 나라사랑일 턱이 없습니다. 이름이야 ‘혁명·새마을’처럼 허울좋게 붙인다지만, 정작 ‘독재·막삽질’로 치달은 물결이고 보면, 칼붙이를 앞세우든 선거를 치러서 나라지기 자리에 서든, 모두 바른길이나 참길하고는 어긋나지 싶어요. 살림을 북돋우는 길은 숫자로 따지지 못합니다. 밥을 안 굶는다고 먹고살 만하지 않습니다. 숱한 사람을 종으로 부리고 때려잡고 짓밟고 민주·평화·평등 어느 하나 없는 곳이란 한낱 끼리끼리 잔치를 벌이는 수렁길일 뿐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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