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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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문고 : 나는 군대에서 스물여섯 달을 살아내는 동안에 책을 읽은 적이 없다. 책을 읽을 틈이 없기도 했으나, 강원 양구 ‘완전무장지대’에 있던 작은 중대 작은 내무반에는 텔레비전이 하나 있을 뿐, 종이뭉치란 있지 않았다. 대대쯤 가면 어디에선가 진중문고란 조그만 책꾸러미를 구경할 만했지만, 이 진중문고를 중대 소총수는 건드릴 수 없었지. 이런 군대에서 스물여섯 달을 살아남으려고 하면서 언제나 주먹을 불끈 쥐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벗어나는 날부터 책을 반드시 만나고야 말겠다”고, “군대에서 살아남아 바깥으로 나가는 날부터 책을 두 손에서 안 떨어뜨리겠다”고 굳세게 다짐에 다짐에 다짐에, 하늘을 보고 들꽃을 보고 골짜기를 보면서 이렇게 버티며 살아남았다. 2019.7.23.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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