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58


《거북바위 3》

 고우영 글·그림

 우석

 1981.7.10.



  어린 날을 돌아보면, 둘레 어른들은 《삼국지》나 《서유기》나 《수호지》쯤을 읽어야 비로소 ‘책을 읽었다’고 여겼습니다. 4서3경이라고 하는 중국책을 읽지 않았다면 ‘아직 책을 안 읽었다’고도 여겼어요. 우리는 중국이 아닌데, 저는 중국사람이 아닌데, 왜 중국책을 안 읽으면 ‘책을 안 읽은 셈’으로 여기려 할까요? 아무리 그 중국책이 뛰어나더라도 먼저 이 땅 이 마을 이 자리에 흐르는 살림살이부터 헤아리고서 슬기롭게 익히고 사랑으로 가꾸는 길을 걸을 노릇이 아닐까요? 《삼국지》나 《서유기》를 읽으니 제법 재미있기는 했으나 온통 ‘사내들 쌈박질’ 이야기이고, ‘가시내는 노리개 구실’에 머무는 얼거리입니다. 손꼽히는 여러 중국책은 틀림없이 어떤 알맹이가 있겠습니다만, 이제는 우리 나름대로 새롭게 짓고 가꾸면서 ‘아름터를 그리는 아름책’을 나눌 적에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거북바위》는 고우영 님이 이녁 나름대로 선보인 ‘이 나라 작은 살림’을 다룬 만화입니다. 비록 고우영 님도 ‘사내들 쌈박질’이나 ‘가시내는 노리개 구실’에서 거의 못 벗어났습니다만, 서슬퍼런 군사독재 무렵에 《거북바위》에 《일지매》를 그려냈지요. 이다음 삶길을 못 그린 대목은 이분도 스스로 굴레에 매인 탓이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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