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3.


《맨발로 축구를 한 날》

 조시은 글·이덕화 그림, 찰리북, 2018.8.17.



광주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여러 이웃님을 뵈었는데 한목소리로 나더러 “비가 이렇게 오는데 왜 우산을 안 써요?” 하고 묻는다. 굳이 우산을 써야 할 까닭을 모르기도 하고, 서울을 비롯한 큰고장에서는 비를 그을 데도 많다. 정 비를 그을 데가 없어서 한나절쯤 비를 맞고 걷더라도 대수롭지 않다. 다만, 어제오늘 광주를 걸으며 비를 맞고 보니, 광주 빗물이 꽤 끈적하더라. 올해에 다른 큰고장을 걷다가 비를 맞을 적에는 끈적이지 않고 미끈하면서 상큼했는데 영 찜찜하더라. 아무래도 반 해 넘게 돌림앓이 바람이 불다 보니, 온나라에 화학약품을 잔뜩 뿌려댄 터라. 이 화학약품이 빗물에 녹아서 떨어지는 듯싶다. 《맨발로 축구를 한 날》을 펴면 우리나라 어린이가 이웃나라 어린이를 보며 ‘더럽다’고 여기는 마음이 흐르는데, 그도 그럴 까닭이 오늘날 이 나라 어린이는 어릴 적에 맨발로 마음껏 풀밭을 밟으면서 뛰논 적이 없잖은가. 버선을 신고 플라스틱으로 찍은 신을 꿰어야 ‘깨끗하다’고 여길 텐데, 흐르는 냇물이 아닌 갇힌 수돗물을 정수기로 걸러서 마시는 크고작은 고장이 얼마나 깨끗할까? 햇볕을, 빗물을, 바람을, 흙을, 풀꽃나무를, 풀벌레랑 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꽃가루하고 벌꿀을 누리지 못한다면 누구나 아프기 마련.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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