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19.


《아내, 초등학생이 되다 2》

 무라타 야유 글·그림/김현주 옮김, 소미미디어, 2020.2.6.



열무김치를 담는다. 나는 김치를 안 먹지만 곁님이 먹는다. 어느덧 큰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어머니랑 나란히 김치를 먹는다. 이윽고 작은아이도 쑥쑥 자라면서 어머니랑 누나랑 김치를 먹는다. 세 사람은 몸에 김치가 받는구나. 나는 어릴 적부터 김치가 몸에 안 받았지. 나는 어릴 적부터 몸에 안 받아도 “한국사람이 어떻게 김치를 못 먹어?” 하는 꾸지람에 꾸중에 호통에 나무람에 손가락질에 매질에 …… 들볶는 나날을 보냈지. 《아내, 초등학생이 되다 2》을 읽는다. 첫걸음을 읽고서 두걸음도 읽어야겠다고 여겼고, 두걸음까지 보고 나니 이 만화가 썩 뜻있네 하고 느낀다. 석걸음은 어떨까. 넉걸음도 나올까. 다시 태어나는 삶을, 다시 태어난 곳에서는 고단한 길을, 잊거나 잃지 않은 옛마음을, 오늘 새롭게 지피면서 가꾸고 싶은 사랑을, 여러모로 차근차근 엮어서 보여주는 만화이지 싶다. 문득 거꾸로 생각해 본다. 가시내인 곁님이 아닌, 사내인 곁님이 차에 받혀 죽은 지 열 해쯤 지나서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에 이녁을 알아보고서 반가이 맞이하는 보금자리라면 어떠한 품이 되려나 하고. 우리는 지난날을 얼마나 떠올릴까. 우리는 오늘을 얼마나 아로새길까. 어제하고 오늘을 잇는 길은 바로 여기에서 펴는 수수한 살림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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