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15.


《야만바의 비단》

 마쓰타니 미요코 글·세가와 야스오 그림/고향옥 옮김, 비룡소, 2007.8.10.



올해 들어 비가 시원하게 좍좍 꽂는다. 시원하게 꽂는 비는 하늘을 시원하게 씻고, 바람을 시원하게 어루만진다. 이 시원스러운 비가 그치면 빗물에 농약·방역이 씻겼다며 다시 뿌리려고들 하는데, 농약·방역을 하면 할수록 비는 새삼스레 좍좍 꽂지 싶다. 사람들더러 언제쯤 그 농약·방역을 그치겠느냐고 묻는 비구름이랄까. 《야만바의 비단》을 오래도록 곁에 두었다. 착한 마음결로 살아가는 사람이 치르거나 맞아들이면서 펴는 길이 어떠한가를 따사롭게 보여준다. 써도 써도 자꾸자꾸 돋아나는 누에천을 보여주는데, 풀이란 늘 이와 같지. 풀잎을 훑고 또 훑어도 풀은 새로 자라서 우리한테 밥이 되어 준다. 다만 뿌리까지 캐내면 더는 돋아나지 못한다. 삶터를 알맞게 다스리면서 가꾸는 눈빛이 된다면 누구나 넉넉히 모든 것을 누릴 만하다. 우리 집에서 건사한 매실단물을 두 이웃집하고 나눈다. 한 집에 드린 매실단물은 염소젖 치즈로 돌아오고, 다른 집에 드린 매실단물은 파랑딸기로 돌아온다. 그저 우리가 건사한 살림을 건네주었을 뿐인데, 뜻밖에 새로운 살림이 우리한테 온다. 사랑은 길어올릴수록 새롭게 솟는다. 샘물은 흐르는 결을 바라보며 누리면 누구나 언제까지나 누린다. 그치지 않는 사랑 같은 한결같은 샘물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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