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6.
《출근길에 썼습니다》
돌고래 글, 버찌책방, 2020.5.5.
‘출근(出勤)’이라는 한자말을 언제부터 쓰는가 돌아보면, 아마 일제강점기 아닐까. 그때 앞서까지 이런 말을 쓸 ‘일’이 없었으리라. 모두 집에서 일하고, 마을에서 일했으니까. ‘출근·출석·등교’나 ‘퇴근·하교’는 서양살림에 맞춰 나라를 통째로 바꾸려 하던 일본사람이 지은, 또는 널리 쓴 한자말이겠지. 사람들은 이런 말을 그냥 쓴다. 나도 2003년까지는 이런 말을 그냥 썼다. 2003년 8월 뒤로는 이 말을 쓸 일이 없기도 하지만, 어린이 눈높이를 헤아려 몽땅 손질하자고 여겼다. 이를테면 ‘일하러 가’고 ‘일을 마친’다. 단출히 쓰고플 적에는 ‘가다·오다’면 된다. 《출근길에 썼습니다》라면 “일하러 가며 씁니다”일 테지. “아침길에 씁니다”이든지. 집을 떠나 일터로 가는 길은 ‘다른 내’가 되어 ‘다른 사람’을 마주한다. 집에서 함께 사는 사랑님하고 떨어져 ‘사랑님이 아닌 남(이웃·동무·그냥 남)’하고 마주하면서 온힘을 쓴다. 쪽틈을 내어 쪽글을 쓴다. 스스로 차분하면서 참한 눈빛을 고이 이으려는 마음이 되니 짤막짤막 하루를 남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글쓰기가 아니기에 더더욱 즐거운 글길이다. 눈치를 볼 일이 아닌, 오롯이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글을 쓰니, 아침저녁으로 남기는 이야기는 이슬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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