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6.12. 주변머리
아홉열 살 무렵이었지 싶은데, “주변이 없다”란 말을 듣고서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주변’이 뭘 가리키는지 아리송했어요. 어른들이 흔히 쓰는 ‘주변’은 한자말 ‘周邊’일 텐데 싶었고, “둘레가 없다”는 뜻으로 생각하니, 제 둘레에 뭐가 없다고 저 소리인가 알쏭달쏭했습니다. 이러자 혀를 끌끌 차면서 “참말 주변머리가 없네” 하고 덧붙입니다. 어릴 적에는 마냥 헷갈리며 어지러웠지만, 차츰차츰 텃말 ‘주변·주변머리’라든지 ‘말주변’하고 얽힌 실타래를 풉니다. 이제 와 돌아보면 둘레 어른들이 둘레를 나타낼 적에는 ‘둘레’라 하고, 옆이나 곁은 ‘옆·곁’이라 했다면, 구태여 한자말을 안 끌어들였다면 우리말을 한결 쉽고 빠르며 깊이 헤아렸겠네 싶어요. 예전에는 그냥그냥 아무 말이나 쓰는 어른이 많았어도 앞으로는 말결을 가다듬고 고치면서 거듭나는 어른으로 되면 좋겠어요. 우리는 모두 수수하면서 달라요. 우리는 그냥그냥 조촐히 살아가면서 다 다르게 빛나요. 이 눈빛하고 말빛을 북돋운다면, 마구멍치로 흐르거나 새는 말씨란 없으리라 여겨요. 어른이 어른답다면 이 땅에는 참말 아무 말썽뭉치 없이 넉넉하면서 아름답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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