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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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이 없을 텐데요 : “시간 나면 읽을게”라든지 “시간 나면 그 책집에 가 볼게” 하고 말하는 사람치고 ‘틈이 나서’ 그 책을 읽거나 ‘틈이 나서’ 그 책집에 가 본 사람은 못 봤다. ‘시간 나면·틈이 나면’은 그저 오늘 이곳에서 둘러대려고 문득 터져나오는 길든 말씨이다. 이렇게 말하는 분을 만나면 곧바로 “틈이 날 일은 아마 없지 않으시겠어요? 바쁘시다면서요. 바쁘시니까, ‘틈이 나면’ 읽거나 찾아갈 생각을 하지 마시고요, ‘틈을 내어’ 스스로 언제 읽거나 찾아가겠노라고 달력에 척 적어 놓아야 비로소 읽거나 찾아가시리라 생각해요. ‘틈을 스스로 내어’서 하시면 좋겠어요.” 하고 이야기한다. 틈이 날 적에 읽으려고 하면 그 책은 어느새 사라지거나 잊히기 마련이다. 틈이 날 적에 찾아가려고 하면 그 책집은 어느덧 스러지거나 잊어버리기 일쑤이다. 1998.7.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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