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6.10. 궁색


아이가 동화책을 읽다가 ‘궁색’ 같은 낱말을 만나서 고개를 갸웃갸웃하다가 사전을 뒤적이는데 도무지 뜻을 어림하지 못하고 묻습니다. 더구나 사전에는 한자말 ‘궁색’이 둘 나오는데, 어린이가 둘을 가르기란 만만하지 않아요. 변변찮은 어른이 후줄근하게 엮은 엉성한 사전이랄까요. 뜻풀이도 어설프고, 뭔가 어이없고 말이 안 되는 사전이요, 다라운 말을 구태여 동화책에 써야 하나 싶어 아쉽습니다. 쓸 말이 하도 없어서 ‘궁색’을 써야 할는지, 어린이책을 쓰거나 옮기는 분이 우리말 살림이 가난해서 어쩔 길 없는지 아리송하기도 하고요. 요즈막은 비가 시원시원 내립니다. 날씨를 말하는 이들은 ‘폭우’에 ‘물폭탄’에 ‘게릴라성 호우’처럼 무시무시한 말을 섣불리 씁니다만, 바지랑대처럼 굵어 ‘바지랑비’라고도 말하고, 여름이니 ‘소나기’라고도 말하며, 함박꽃 같구나 싶어 ‘함박비’라고도 합니다. 비가 쏟아지면 빨래를 걷고, 비가 그치고 마당이 마르면 빨랫줄에 바지렁대를 받쳐서 해바람으로 빨래를 말립니다. 너울너울 바람이 반갑고, 물결물결 햇살이 고맙습니다. 꼭 돈너울이어야 하지 않아요. 돈잔치 아닌 이야기잔치로 흐뭇합니다. ㅅㄴㄹ


가난하다·쪼들리다·어쭙잖다·변변찮다·모자라다·없다·못나다·후줄근하다·엉성하다·어설프다·다랍다·더럽다·쩨쩨하다·쪼잔하다·어이없다·어처구니없다·터무니없다·말이 안 되다·이래저래·어찌어찌 ← 궁색(窮塞)

고프다·곯다·굶다·굶주리다·배고프다·배곯다 ← 궁색(窮色)

작달비·바지랑비·소나기·함박비 ← 폭우, 게릴라성 폭우, 물폭탄

긴대·바지랑대 ← 장대(長-)

경제호황 → 돈너울, 돈물결, 돈벼락, 돈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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