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


《조선의 문을 열어라》

 손주현 글·이해정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20.5.23.



노랗게 익는 매화알 먹는 멧새를 바라본다. 새가 저렇게 반기면서 냠냠 누리는데 그냥 둘까? 아니지, 새만 먹으라고 돌보는 우리 집 나무는 아니니, 우리도 좀 누릴까? 새는 언제나 밥값을 치른다. 곳곳에 나무를 심어 주고, 하루 내내 노래를 들려준다. 우리가 바라는 자리마다 알맞게 온갖 나무씨를 몸에 품고 찾아와서 콕콕 심어 주는데, 새처럼 훌륭한 ‘나무심기 일꾼’이 또 있을까? 아, 다람쥐도 있지. 개미도 있고. 《조선의 문을 열어라》를 처음 펼 적에는 ‘어린이 역사책에 지겹도록 흔한 조선 이야기’보다는 ‘어린이 역사책에 좀처럼 안 드러나는 고려 이야기’를 다루는구나 싶어서 눈여겨보았다. 그렇지만 여느 사람들 살림살이가 아닌 왕씨랑 이씨랑 임금 언저리 이야기에 치우치느라 아쉽더라. 이렇게 아쉬울 적마다 “그럼 그대가 손수 쓰시지?”처럼 핀잔하는 분이 있는데, 내가 스스로 발자취 이야기를 쓴다면, 고려도 고구려도 발해도 옛조선도 아닌, 삼만 해나 삼십만 해나 삼십억 해를 아우르는 별빛노래를 그리고 싶다. 가까운 발자취도 그려내면 좋겠지만, 너무 다른 책·글에 기대어 어린이 역사책을 엮는 듯하다. 더구나 99.9가 아닌 0.1조차 안 되는 임금·벼슬아치·구실아치·먹물 틀에 너무 갇힌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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