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1.


《판도라》

 빅토리아 턴불 글·그림/김영선 옮김, 보림, 2017.9.20.



오랜만에 큰아이하고 읍내로 버스를 타고 다녀오기로 한다. 여태 입가리개를 한 적이 없이 집에서 조용히 지내던 큰아이는 처음으로 하는 입가리개가 매우 벅차다. 집에서 놀며 스스로 배우는 아이라서 어디로도 굳이 나갈 일이 없으니 입가리개를 할 일조차 없다가 처음으로 하니까 얼굴이 더워서 힘들었다는데, “그래도 버스 플라스틱 냄새를 가려 주니 좋네요.” 하고 덧붙인다. 그러게. 그렇다.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아직 아이들이 없이 혼자 살며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던 2007년 무렵까지, 충주에서 서울로 자전거를 달릴 적에 입가리개에 물안경을 했다. 길에서 차방귀가 엄청났으니까. 입코를 가리니 버스나 가게에서 흐르는 갖은 화학약품 냄새를 살짝 가릴 만하지. 그림책 《판도라》는 어느 만큼 사랑받았을까. 버림치를 손질해서 살림으로 건사하기를 잘하던 아이가 어느 날 새를 만나며 ‘산 숨결’은 섣불리 뚝딱할 수 없는 줄 처음으로 깨닫는 줄거리를 들려준다. 마침 요즈막하고 어울리는 얘기이다. 방역이나 입가리개나 백신이 나쁠 일은 없지만, 밑바탕을 바꾸어 내지 못한다. 돌림앓이나 몹쓸것이 불거지는 ‘도시물질문명’을 달래거나 씻는 숲길을 헤아리지 않으면, 서울 한복판에 나무를 안 심으면 다 마찬가지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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