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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자갈 ㅣ b판시선 36
표성배 지음 / 비(도서출판b) / 2020년 6월
평점 :
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40
《자갈자갈》
표성배
도서출판 b
2020.6.16.
하루를 짓는 노래는 어디에서 오나 하고 돌아보면 늘 우리 마음자리가 보입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또는 밤부터 새벽까지 뭇새가 우리 보금자리에 찾아들어 노래합니다. 이 새가 얼마나 수다쟁이인지 몰라요. 문득 돌아보면, 제가 나고 자란 큰고장에서는 비둘기랑 갈매기랑 참새랑 왜가리가 섞여서 노래했다면, 이곳저곳 돌아 깃든시골자락에서는 뭇멧새가 얼크러져 노래합니다. 아무리 서울이더라도 새가 하늘을 가릅니다. 아무리 싸움터 한복판 총알이 춤추는 데라도 새가 곁에서 하늘을 가로질러요. 이 새를 알아보면서 노래에 귀를 기울일 만할까요? 《자갈자갈》에 흐르는 노랫사위에 귀를 쫑긋 세워 봅니다. 쉰 줄 나이에도 공장일꾼이어야 하고, 예순 줄 나이라면 이제 공장일꾼에서 물러나야 하는 삶길인 이 나라일 텐데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적에 노래가 되려나요. 우리 두 손은 이 땅에서 무엇을 하려고는 몸뚱이일까요. 돈을 벌어야 할 손인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손인지, 아이를 어루만지거나 돌보는 손인지, 자동차를 몰거나 셈틀을 또닥거리는 손인지, 벼슬아치가 되려고 굽신대면서 내니는 손인지, 이 손을 똑바로 보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강물이 몸을 흔들면 // 미루나무도 따라 몸을 흔들었다 // 물총새가 강물에 날개를 접으면 // 미루나무 가지도 간들간들 몸을 담갔다 (미루나무 사랑/30쪽)
들르기만 하면 / 어머니는 돼지고기를 볶으시고 / 밥을 꾹꾹 눌러 고봉으로 푸시고는 / 꼭 한 말씀 하신다 // 무겄다 싶꺼로 묵어라 (밥상 앞에서/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