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손이와 사인검의 비밀 저학년 읽기대장
김성효 지음, 홍지혜 그림 / 한솔수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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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31


《천년손이와 사인검의 비밀》

 김성효 글

 홍지혜 그림

 한솔수북

 2020.3.20.



“천년손이는 한 번도 친구를 사귄 적이 없는데 괜히 용궁의 노여움만 사는 게 아닐지 걱정이구려.” “둘 다 어려서 이 일을 맡겨도 될지…….” 그때 요마 선생이 단호하게 말했다. “인간 세상이 위험한 마당에 무슨 소리!” (28쪽)


“도련님은 이름이?” “자래.” “용궁 말로 잉어라는 뜻이지? 하찮은 물고기 주제에.”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감히 용왕의 아들에게!” (44쪽)


“일단 밥부터 먹자.” “네? 밥을 먹자고요?” 미오 할머니가 미오 엄마와 아빠에게 속삭였다. “어제 꿈에 웬 수염이 기다란 노인이 나타나 말씀하셨어. 손님들이 찾아갈 테니 잘 돌보라고 말이야.” (54쪽)


“내 일은 요괴들을 물리치고 인간을 지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들을 만나 오면서 나는 요괴보다 인간이 더욱 무서운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었지.” (103쪽)


“그래 봐야 인간들은 고마움을 모른다.” “사인검이 구한 인간들 중에는 바라는 것 없이 남을 돕는 사람도 있고, 낡은 물건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어요. 물론 지수처럼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107쪽)



  숱한 목숨붙이가 이 땅에서 말없이 사라졌습니다. 푸른별에서는 저마다 다르게 삶을 잇고 나누며 누리기 마련입니다만, 사람들이 ‘나라’라면서 먼저 금을 그은 탓에, 이다음으로는 ‘돈으로 산 땅’이라면서 새로 금을 그은 탓에 그야말로 숱한 목숨붙이는 죽음길로 가야 했습니다.


  모든 목숨붙이는 저마다 보금자리를 틀 뿐, 저 혼자만 살아남으려 하지 않아요. 제아무리 엄청나게 센 힘을 내는 숲짐승이라 하더라도 둘레에 새가 살아가고, 풀벌레랑 나비가 살아가며, 풀이며 나무가 우거집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이 모든 이웃을 송두리째 밀어내기만 했어요. 풀포기 하나 없는 큰고장을 올려세우고, 나무 한 그루 자라지 못하도록 하늘을 덮으며, 개미나 풀벌레 한 마리 깃들 틈마저 막았지요.


  둥글둥글 돌아가는 푸른별은 사람을 바라보며 어떤 마음일까요. 푸른별로 찾아오는 별빛은 이 별을 혼자 차지하려는 사람을 마주하며 무엇을 느낄까요. 《천년손이와 사인검의 비밀》(김성효, 한솔수북, 2020)은 하늘나라에서 살다가 땅나라로 찾아와서 ‘범칼(사인검)’을 찾으려는 즈믄손이(천년손이) 이야기를 다룹니다. 범칼은 이름은 ‘칼’이되 칼 모습이기보다는 칼처럼 베어서 없애듯 몹쓸 기운을 물리치는 넋빛이지 싶어요. 이 넋빛은 사람한테 이바지하고자 땅나라에 깃들었다지만, 사람들이 나날이 새롭게 보여주는 다툼질이며 돈질에 질려서 마음앓이를 한다지요.


  곰곰이 본다면 ‘망가진 푸른별’은 어른들이 일군 오늘날 모습입니다. 어른이란 몸으로 살면서 제 밥그릇을 움켜쥐고서 이웃을 내치는 나날이 쌓이고 겹치면서 ‘어지럼 푸른별’이 되었다고 할 만합니다.


  어른도 처음에는 아이였을 텐데, 왜 어른이란 몸으로 크면서 바보짓을 일삼을까요? 어른도 처음에는 티없는 눈망울로 꿈을 키우고 사랑을 노래했을 텐데, 왜 자꾸 스스로 망가지거나 어지럼길을 탈까요?


  이 나라뿐 아니라 모든 나라는 ‘어른판’입니다. 어른끼리 정치이니 사회이니 문화이니 교육이니 스포츠이니 종교이니 무어니 하면서 금을 긋고 밥그릇을 챙기면서 다툼판입니다.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배우면서 물려받을 만할까요? 앞으로 아이들은 어떤 꿈을 키우면서 이 푸른별이 어깨동무하는 아름나라가 되도록 마음을 기울일 만할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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