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47


《조선어문 초급중학교 2》

 조선어문교재편집실·류미옥 엮음

 연변교육출판사

 1985.1.



  사전이란 책을 쓰려면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을 가리지 않고서 다루어야 합니다. 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말이 없이 모든 말이 태어난 자리를 살피고, 모든 말이 흐르는 길을 들여다보고, 모든 말이 나아가거나 퍼지는 결을 헤아립니다. 이 나라는 남북녘으로 갈린데다가 중국이며 일본이며 러시아이며 중앙아시아로 흩어지기까지 했어요. 남녘말만 보아서는 사전다운 사전을 못 엮습니다. 그러나 남북녘 정치 우두머리는 으레 으르렁거리기만 하고, 언제나 그들끼리 어울릴 뿐이에요. 이러다 보니 남북녘 말씨뿐 아니라 중국조선족이나 일본한겨레가 쓰는 말씨를 살피기란 너무 어렵습니다. 2001∼2003년에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으로 일할 즈음 연변에 ‘중국조선족 책하고 교과서’를 사려고 다녀오곤 했습니다. 이 나라 헌책집에 때때로 들어오는 《조선어문 초급중학교 2》 같은 교과서가 보이면 주머니를 털어서 장만했어요. 북녘 교과서는 아직 구경조차 못하지만 연변 교과서를 들추면서 북녘 말씨를 어림합니다. 정치는 벼슬아치끼리 노닥거리더라도 여느 사람들 마을살림하고 말살림은 홀가분하게 흐르도록 할 노릇이지 싶습니다. 어려운 말로 하자면 ‘문화 교류’ 없이는 참다운 어깨동무(평화·민주)란 없겠지요. 삶이 말이니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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