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어디에서나 :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면서 살든, 스스로 하늘을 품고 풀꽃나무를 사랑하면서, 바람결에 묻어나서 흐르는 노래를 맞아들인다면, 하루를 즐겁게 짓는 길이 되지 싶다. 큰고장(도시)에 살 적부터 스스로 즐겁지 않다면, 나중에 살림을 숲(자연)으로 옮기더라도 스스로 즐겁지 못한 나머지 그저 헤매고 말더라. 어디에서나 스스로 홀가분히 꿈꾸는 사랑일 적에는 시나브로 숲을 가까이 두기 마련이지만, 이 마음결이라면 큰고장에서도 빛나는 눈으로 우리랑 한집님이랑 이웃님이랑 동무님을 모두 넉넉히 아우르는 살림이 될 테지. 달아나듯 큰고장을 미워하거나 싫어하면서 떠나면 다시 큰고장으로 가는 길이 된다. 큰고장에 넘치는 매캐한 바람을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말자. 우리가 어느 곳에 있든 어디에서나 스스로 하늘빛을 머금는 어질며 참한 사랑님인 줄 느끼자. 우리 어버이가 나를 숲터에서 낳아 숲아이로 돌보았든, 우리 어버이가 나를 아파트에서 낳아 아파트아이로 키웠든,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어디에서나 우리가 스스로 닦는다. 해는 푸른별을 고루 어루만진다. 바람은 푸른별을 두루 달랜다. 눈비는 푸른별을 골고루 품는다. 매캐한 큰고장이 갑갑하다면 그 큰고장 귀퉁이나 골목이나 빈터에 씨앗을 심어 보자. 앞으로 숲터에 보금자리를 짓는 꿈을 그리면서 ‘오늘 살아가는 이 큰고장’을 숲정이로 가꾸어 보자. 씨앗을 흙에 묻는 손길로 풀꽃나무를 쓰다듬는 마음길을 다스리는 하루를 누리기에 우리 몸은 어느새 숲구름을 타고서 홀가분히 날아오른다. 2007.4.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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