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45


《글자의 혁명》

 최현배 글

 정음사

 1947.5.6.



  외솔이란 분은 《한글갈》이나 《우리 말본》이란 책을 쓰기도 했으나 《나라 사랑의 길》이나 《글자의 혁명》이란 책도 썼어요. 나중에 쓴 책에는 ‘-의’를 넣고 말지요. 배달말이 나아갈 길을 밝히며 흘린 땀방울은 값집니다만, 배달말에 없는 과거분사·현재진행형이라든지 입음꼴을 영어 말본에 억지로 맞추어 퍼뜨린 잘못은 도무지 씻기 어렵습니다. 국립국어원을 이룬 이들이 일본 말씨나 일본 한자말을 배달말에 잔뜩 끼워넣었다면, 외솔이란 분은 우리 말씨가 아닌 ‘번역 말씨’를 확 끌어들였지요. 영어 말본하고 우리 말본은 달라요. 서로 다르기에 서로 다른 틀을 헤아려 갈무리하면 됩니다. 배달말에서 정관사를 찾아야 할 까닭이 없고, 영어에서 토씨를 찾아야 할 일이 없어요. 말글을 이루는 빛은 생각을 짓는 씨앗입니다. 말글을 가꾸는 손길은 마음을 다스리는 사랑입니다. ㅅㄴㄹ


“百, 千, 萬, 億, 兆”가 같이 쓰히다가, 드디어 “온, 즈믄, 골, 잘, 울”은 아주 없어졌는데, 다만 “온갖”, “골백 번”, “잘천 년” 따위의 말에서 그 짙은 그림자를 엿볼 뿐이다.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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