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0.


《장날》

 이서지 그림·이윤진 글, 한솔수북, 2008.9.29.



새삼스레 흐리고 가볍게 비. 어제 이불빨래는 잘 말랐고, 곁님이 잘 덮어서 쓴다. 비가 그친 사이에 빨래를 해서 말리고 건사하는 길은 두 아이를 돌보면서 새삼스레 익혔다. 천기저귀만 쓰면서 똥오줌을 가리도록 이끈 살림이었으니 하루라도 기저귀 빨래가 안 나오는 날이 없을 뿐 아니라, 아이들 옷가지도 날마다 숱하게 빨고, 아이들 이불도 며칠마다 빨아야 했지. 날씨는 늘 하늘하고 바람을 읽으면서 살폈다. 언제 마당에 내놓아 해바람을 먹일는지 살피고, 언제 집안으로 걷을까를 헤아렸다. 가만 보면,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아이를 돌보는 길에 배우는 살림’으로 어느덧 슬기롭고 사랑스런 ‘사람’으로 서는구나 싶다. 《장날》이란 그림책을 두고두고 즐겼다. 뒤늦게 알아보았는데, 판이 안 끊기고 사랑받을 수 있으니 고맙다. 그린님은 어릴 적 즐겁게 뛰놀고 어우러진 오랜살림을 곁에서 모두 지켜보았기에, 어른이 되어 이런 그림을 남길 만했으리라. 그림꽃이란 그림솜씨로 펴지 못한다. 손재주가 좋대서 아름답게 그린다거나 사랑스런 그림책을 빚지는 못한다. 신나게 뛰놀던 어린 나날을 바탕으로, 신바람으로 아이를 돌보며 살림을 가꾼 어른으로 하루하루 맞이했다면, 누구나 찬찬히 어여쁜 그림님·글님·이야기님이 되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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