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이야기 자라는 마을 (2020.5.8.)


― 전북 전주 〈소소당〉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솔내7길 17-10

https://www.instagram.com/sosodang_bookcafe



  익산에서 처음으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익산을 감싸는 들이나 숲을 마주하는 데가 아닌, 시내 길손집에서 맞이하는 새벽이라, 그리 새롭지는 않습니다. 어느 고장을 가든 길손집이 늘어선 곳은 술집 곁입니다. 술집 곁에 길손집이 있어도 나쁘지 않으나, 이제는 나라나 고장에서 마음을 기울여서 길손집 둘레에 조그맣게라도 나무숲을 마련하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고장 사람이라면 굳이 길손집에 안 묵을 테지만, 이 고장을 좋아하고 싶은 이웃이 길손집에 찾아온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어요. 하루를 묵기 앞서 나무 곁에 서고, 하루를 열면서 나무를 가만히 쓰다듬으면서 해바라기를 할 만한 자리가 길손집 곁에 있다면, 이 고장을 좋아하고 싶은 이웃한테도 이바지하겠지만, 무엇보다 이 고장 사람들한테 이바지하겠지요.


  커다랗게 나무숲을 가꾸지 않아도 됩니다. 곳곳에 조그맣게 나무숲이 있으면 되어요. 한꺼번에 아주 많은 사람이 들이닥칠 나무숲이 아닌, 아이 손을 잡고서 사뿐히 마실하면서 바람을 쐬고 해님을 맞이할 나무숲이면 됩니다.


  기차를 타도 가까운 익산·전주 마실길은 자전거로 달려도 가깝습니다. 그러고 보니 익산·전주 두 고장이 찻길 말고 자전거길로 오가도록 해도 꽤 재미나겠구나 싶어요. 자전거길 옆으로 거님길을 두어도 참 좋을 테고요. 나무로 그늘을 드리우는 거님길로 익산하고 전주를 잇는다면, 아마 이 들길·나무길·숲길을 거닐려는 사람이 제법 많지 않을까요?


  기차나루에서 전주 시내버스를 타고 〈소소당〉을 찾아갑니다. 시끌시끌한 찻길에서 벗어날수록 조용합니다. 마침내 책집 앞에 서니 골목 안쪽이라 더 한갓집니다. 참말로 마을책집은 큰길 아닌 마을길에, 아니 골목길에 깃들 적에 아름답구나 싶어요. 마을사람이라면 언제라도 마실하고, 이웃고장에서는 틈틈이 나들이를 하는 책쉼터입니다.


  책집을 둘러싼 풀하고 나무를 보다가, 이 골목에 둥지를 튼 제비를 바라보다가, 책시렁도 가만가만 바라보면서 《분홍 모자》(앤드루 조이너/서남희 옮김, 이마주, 2018)를 고르고, 《나에게 작은 꿈이 있다면》(니나 레이든 글·멜리사 카스트리욘 그림/이상희 옮김, 소원나무, 2018)을 고릅니다. 《먼 아침의 책들》(스가 아쓰코/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19)하고 《체리토마토파이》(베로니크 드 뷔르/이세진 옮김, 청미, 2019)도 고르는데, 《체리토마토파이》까지 고르면서 책바구니를 하나 얻습니다.


  예부터 마을이란 아이가 자라는 배움터라고 했습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를 비롯해 마을이웃 누구나 스승이자 길라잡이에다가 들동무에 숲벗이 되는 배움터이기에 마을이라 했어요. 마을이란 집집이 모인 터라고만 할 수 없어요. 마을이란 다 다르게 살림하는 손빛을 나누면서 저마다 다르면서 새롭게 꿈을 키워 사랑으로 나아가는 보금자리이지 싶습니다.


  다같이 배우고, 다함께 사랑하는 마을이니, 이곳에서는 늘 새삼스레 이야기가 피어나겠지요. 아이가 자랄 만할 적에 마을이요, 이야기가 자라기에 마을인 셈일까요. 노래하는 아이가 뛰놀기에 마을이면서, 춤추는 아이가 어른 곁에서 사랑을 배우기에 마을이라고도 하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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