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16.


《당나귀 덩키덩키》

 로저 뒤바젱 글·그림/김세실 옮김, 시공주니어, 2011.11.25.



집에서 배우는 아이들은 아버지가 으레 어떤 꾸러미를 써서 면사무소라든지 국세청이라든지 여기저기에 보내는가를 하나도 모른다. 곁님도 모른다. 이런저런 꾸러미를 마무리하면 기운이 쪽 빠지는데, 이런 꾸러미질을 알려주고 싶지는 않다. 때가 되면 알 일이라기보다, 앞으로는 사라지기를 바란다. 전라남도 고흥이란 시골에서 2011년부터 열 해째 살며 다닌 ‘책숲마실(책집마실)’ 이야기를 갈무리하는데 드디어 막바지이다. 사진을 추스르느라 며칠이 걸린다. 1999년부터 찍은 책집 사진까지 모조리 돌아보느라 며칠로도 모자라긴 하다. 책집마다 사진을 딱 한 자락만 고르자고 생각하니 그나마 수월한데, 내가 찍은 아스라한 사진을 보면서 눈물이 글썽하기도 하다. 책집지기 자리를 떠난 그분들은 모두 잘 계실까. 《당나귀 덩키덩키》는 그냥 “당나귀 나귀나귀”일 텐데, 해묵은 로저 뒤바젱 님 그림책에 요새 갑자기 꽂혔다. 생각이 산뜻하고 눈빛이 즐거우며 마음이 따뜻하구나 싶다. 어떤 하루를 살면서 이런 그림책을 길어올릴까. 아이들하고 어떻게 어깨동무하면서 이런 그림책을 선보일까. 눈을 감고 가만히 묻는다. ‘사랑. 노래. 꿈. 웃음. 놀이. 숲.’ 이런 말이 들려온다. 누가 이렇게 알려줄까? 여섯 낱말을 곰곰이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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