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5.29. 농약짓기


  가릴 줄 알지만 고르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고를 줄 알아도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려내는 눈이라 해서 마음에 차는 길을 고르지는 않더군요. 고르기는 잘하던데 막상 속내를 읽어내어 가리기까지 하지는 않고요. 맛을 느끼는 혀라지만, 말을 하는 혀이기도 하고, 이 느낌으로 알아채거나 읽어서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까를 바로바로 몸에 퍼뜨리는 혀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흙 한 줌을 손에 얹어 볼까요. 거름으로 지은 땅에서는 거름내음이 납니다. 농약으로 거둔 땅에서는 농약내음이 나요. 풀이 나고 죽기를 되풀이하도록 지켜보면서 가만히 쓰다듬은 땅에서는 숲내음이 나지요. 일본 한자말인 ‘유기농·자연농·관행농’을 안 써도 돼요. 스스로 느끼면서 ‘거름짓기·숲짓기·농약짓기’라 말할 만해요. 가까이 두고서 요모조모 누리는 살림이 있어요. 즐겁게 쓰려고 가까이 놓아요. 몸소 살아내고 마주하기에 담아내는 글이 있어요. 구경하는 몸짓도 스스로 보아야 하는 셈일 테지만, 구경질보다는 손수짓기로 글을 쓸 적에 한결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남들이 뭘 하든 말든 안 쳐다보고서, 오늘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를 쓰면 돼요. ㅅㄴㄹ


가리다·고르다·추리다 ← 정선(精選), 엄선

혀·혓바닥 ← 감각, 미각, 미감(味感), 식감, 식미, 구미(口味)

거름짓기·거름살림 ← 유기농, 유기농업, 유기농법

숲짓기 ← 자연농, 자연농법

농약짓기 ← 관행농, 관행농업, 관행농법

쓸거리 1 ← 가재도구, 가재용품, 가재, 기구, 도구, 용품, 물품, 물건, 사물, 품목

쓸거리 2 ← 소재(素材), 영감(靈感), 화제, 요지, 콘텐츠, 스토리라인, 플롯, 구성, 구상(構想), 제재(題材), 모티브, 동기(動機), 필기구, 필기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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